• 2023. 6. 12.

    by. 그린하세영

     

    서울 전시 추천 국립현대미술관 최우람 '작은방주'

    이번 전시는 최우람 작가의 잘 알려진 기존 작업에 내재해 있던 질문들을 앞으로 내세우며,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재구성한 하나의 공연 형식으로 기획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위기를 겪으며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현재 상황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의문을 품는 계기와 기회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사회정치경제적 위기와 기후변화로 인한 불안감과 양극화의 심화는 방향 상실의 시대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며, 작가는 방주라는 주제의 전시를 만들고 동시대를 구성하는 모순된 욕망을 함께 배치하여 관람객들과 오늘 우리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질문하는 장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박스 중앙에 놓인 검은색의 ‹원탁›을 받치고 있는 것은 머리가 없는 18개의 지푸라기 몸체이고 하나의 둥근 머리가 테이블 위에 놓여 여기저기로 굴러다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머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과 머리를 욕망하지 않아도 이 투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를 빗대고 있고 그 위로 폐 종이 박스를 조각조각 붙여 완성한 세 마리의 ‹검은 새›가 천천히 회전하며 아래에서 벌어지는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누가 머리를 차지할 것인가? 누가 낙오자가 될 것인가? 누가 이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작은 방주›는 육중한 철제와 폐 종이 박스를 재료로 최첨단의 기술로 구현한 상징적 방주라고 할 수 있으며 지구 생태계의 위기와 함께 우주 공간의 탐사가 가속화되는 이 시대에 우리의 삶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35쌍의 노는 우리를 제외하는 벽처럼 머물러 있다가 날개를 펼치듯 움직이며 웅장한 군무를 시작합니다. 흑백의 방주의 춤과 함께 배 위에 올라탄 ‹등대›, 정반대의 방향을 향한 ‹두 선장›과 ‹제임스 웹›, 무기력하게 축 늘어진 ‹천사›, 항해 중인지 멈추어진 상태인지 애매모호한 ‹닻›, 그리고 위기에 처해서도 끝없이 욕망을 좇는 인류를 빗댄 ‹무한 공간›은 양면적인 현실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며 우리의 시선을 ‹출구›로 이끕니다. 하나의 문이 열리면 또다시 닫힌 문이 나오는 무한 반복의 이 영상은 공간을 채우는 앰비언트 사운드와 어우러져 우리의 욕망을 들여다보게 하고 현재를 성찰케 하면서 많은 질문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항해인가? 어디를 향할 것인가? 과연 출구가 있을까? 이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에 대한 대답은 관람객 여러분들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전시장 한쪽 구석에는 뜨겁게 붉음을 토해내며 폈다 지기를 반복하는 ‹빨강›이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의 커다란 흰 꽃 ‹하나›가 팬데믹을 겪은 동시대인의 고통과 아픔에 작가가 선물하는 헌화라면, ‹빨강›은 그런데도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자 생명의 순환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자신만의 항해를 위해서는 절대자, 다른 사람의 욕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근본적 가치를 좇아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최우람 작업의 근간인 설계도 드로잉이 말해주듯, 중요하지 않은 것은 눈에 잘 드러나지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실존의 진정한 의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폐차되는 자동차의 전조등과 후미등을 조립하여 별로 재탄생한 ‹URC-1›, ‹URC-2›가 눈부시게 빛나는 복도를 거닐며, 각자의 작은 우주를 항해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최우람'

    서울 전시 추천 국립현대미술관 최우람 '작은방주' 유의 사항

    각 전시마다 운영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원탁›의 경우 10시 20분부터 시작하여 5분 동안 동작이 진행되며, 그 이후 15분 동안 휴식합니다. 쉽게 말해 10시 20분부터 시작한 동작은 25분에 끝나며, 이후 15분의 휴식을 취하고 나서 10시 40분부터 다시 동작을 진행합니다. 수요일, 토요일 야간 개방 역시 작동 시간 간격은 동일하며, 햇빛의 간섭으로 인하여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의 경우 매시간 30분마다 시작하고, 20분 동안 공연합니다. 이 또한 수요일, 토요일 야간 운영 시 간격이 동일하며 하루에 총 8번만 진행이 되니 이 점 관람객 분들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국립현대미술관-작품
    국립현대미술관 '최우람'